수마와 번뇌망상으로
정진 초기 집중 어려워
 
스님의 수행 지도 뒤
마음의 편안함 찾아와
   
지난 2일 서울 국제선센터 7층 금차선원에서 20명 남짓한 재가자들이 간화선 수행을 가졌다.
 
한국불교 세계화와 서울 서남권지역포교 중심도량인 서울 국제선센터(주지 탄웅스님)는 지난 2010년 11월 개원과 더불어 재가선원인 ‘금차선원’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선센터는 도심 빌딩숲 사이에 위치해 있지만 7층 금차선원에 들어서면 마치 산사에 온 것처럼 선원의 그윽한 깊이를 자연스레 만날 수 있다. 또한 한국불교의 정수인 ‘간화선’을 통해 한국전통문화의 깊이를 몸으로 체득할 수도 있다. 지난 2일 금차선원을 찾아 짧지만 간화선 수행을 체험했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때때로 마음이 흐트러진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면 스님들의 에세이 등 불교서적을 손에 들거나 출근 전에 잠시나마 명상과 절 등을 하며 정진모드에 돌입한다. 하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사마감시간과 예상치 못한 채 발생하는 취재거리, 지인들과의 약속 등 갖가지 핑계와 더불어 ‘그래도 이번에는 지난번 보다는 더 오래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 2일도 새벽부터 금차선원에 방부를 들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신문제작일인 관계로 신문사에 출근해 미처 챙기지 못한 기사를 챙긴 뒤 국제선센터로 향했다.
발길이 드문 고즈넉한 사찰에서 혼자서 조용히 참선을 한 적은 있지만 재가선원에서 참선을 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깨달음을 향한다는 거창함은 처음부터 생각지도 않았다. 10년 넘게 불교신문 기자로 일하다 만난 수많은 스님과 재가자들로부터 들은 수행이야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채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으로 깨달음을 생각하기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단지 그동안 흐트러졌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르자고 마음먹고 금차선원에 들어갔다. ‘바로 지금 여기, 깨어있는 삶’이라는 뜻이 담긴 ‘今此禪院’ 현판을 보며 무자(無字)화두나 시심마(是甚魔), 마삼근(麻三斤), 정전백수자(庭前柏樹子) 등 유명한 공안(公案) 대신 ‘지금, 여기에’라는 뜻의 ‘금차’를 이날 화두로 삼았다.
며칠 전 <간화선 입문>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은 대로 자세를 잡았다. 그 책에 소개된 성철스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제일도 노력, 제이 제삼도 노력, 노력 없는 성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법이니, 노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성철스님의 가르침은 온데 간데 없고 춘곤증으로 기세등등한 수마(睡魔)가 찾아와 괴롭혔다. 시계를 보니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혹시나 하품을 하다가 소리를 내거나 꾸벅꾸벅 졸다가 바로 옆 도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부터 들었다. 코끝을 향한 시선에다가 반쯤 뜬 눈은 수마와의 싸움 때문에 부릅뜨게 됐다. 수마의 기세가 누그러지자 다리가 저려왔다. 다시 시계를 보니 10분만 견디면 휴식을 겸한 경행(行禪)시간이었다. 그때부터는 정신이 집중되지 못했다. 저린 다리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다시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들끓는 번뇌망상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렸다. 어느덧 50분간의 정진시간이 끝남을 알리는 입승 소임자의 죽비소리가 들렸다. 다리를 풀고 있는 사이에 선감 탄종스님이 옆으로 다가와 “정진은 잘 했냐”고 물어왔다. “잠과 저린 다리로 힘들었다”고 말하자 탄종스님은 “허리나 다리 건강을 위해 뒷좌복을 안하는 게 낫다”면서 “특히 장기간 정진하려면 뒷좌복이 없는 게 더욱 더 편안하다”고 지도하며 자세까지 수정해줬다. 스님은 이어 “금차선원에서 정진하는 불자 중 상당수가 10년 이상 참선 정진을 했기 때문에 제가 지도하지 않아도 되지만 초심자들은 언제든지 면담을 통해 무엇이 잘 되고, 안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님의 지도를 받는 동안 휴식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입승 소임자의 탁! 탁! 탁! 세 번의 죽비소리로 다시 입선(入禪)에 들었다. 2번째 입선부터는 어느새 적응이 됐는지 마음이 차분하게 안정됐다. 가끔씩 들렸던 자동차 경적소리도 더 이상 거슬리지 않았다. 성성적적(惺惺寂寂)상태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평온하니 금차선원에 방부들이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금차라는 화두도 지금 이 곳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에도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입선과 행선, 방선을 몇 차례 하는 동안 도반들은 어떻게 참선을 하게 됐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 행선시간에 조심스레 물어봤다.
   
 
조계사 선림원 출신인 김수만 씨는 “화곡동 집과 가까워 매일 오후시간대에 금차선원을 찾고 있다”면서 “금차선원에서는 정진한 지 딱 100일됐지만 하심(下心)이 자연스레 되고 마음도 편안해져 나무나 좋다”고 말했다. 원경자 씨는 “10여 년 전에 원융스님께서 최상승수행법인 간화선을 공부해 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셔서 시작해 지금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면서 “김포의 집에서 왕복3시간 걸리지만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에 따라 정진하다보니 마음이 너무나도 편안해지고 행복해져 기쁜 마음으로 매일같이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4시50분 방선한 뒤 휴대폰을 켜보니 신문사에서 온 전화를 비롯해 부재중전화와 문자가 10통이 넘었다. 선감 탄종스님에게 사정을 말씀드린 뒤 좌복을 정리했다. 금차선원을 나서는 기자에게 탄종스님은 “금차선원은 새벽5시부터 밤10시까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 시간이 나면 언제든지 찾아와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집에서라도 조금씩 참선 정진을 해보겠다”며 합장인사한 뒤 신문사로 가기 위해 우산을 쓴 채 오목교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간화선 세계화 거점도량
서울 국제선센터는 한국불교의 정수인 간화선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중심도량으로 간화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한 간화선 대표프로그램으로 초심자를 위한 ‘간화선 집중 템플스테이’와 유경험자를 위한 2박3일과정의 ‘철야용맹정진’을 실시하고 있다.
간화선 집중 템플스테이는 국제선센터 선감 탄종스님과 국제차장 혜연스님이 지도법사를 맡아 간화선 실참수행을 지도하게 된다. 간화선 유경험자를 비롯해 초심자까지 간화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가능하며, 간화선을 처음 접하는 등 초심자를 위해서는 개인지도도 병행해 지도하고 있다. 매월 한차례씩 2박3일과정으로 국제선센터 7층 금차선원에서 진행되며 4월 템플스테이는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다. 템플스테이 기간동안 아침공양은 발우공양으로 진행된다.
국제선센터는 빠르면 5월부터 매월 2박3일과정의 ‘철야용맹정진’을 진행한다. 안거 해제에 앞서 수좌 스님들이 수마를 물리치며 며칠동안 용맹정진하듯 철야용맹정진 참가자들은 2박3일동안 잠을 자지 않고 정진하게 된다. 간화선 수행 심화과정인 철야용맹정진은 매일 최소 18시간 이상 정진해야 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공양과 포행 등의 시간을 갖게 된다. 특히 철야용맹정진은 국제선센터 선담 탄종스님이 재가자와 함께 2박3일동안 프로그램 전 과정을 함께 동참하면서 지도한다. 신청자가 10명 이상 모집돼야 실시된다.
 ■금차선원 선감 탄종스님
   
 
 
도심 속 재가선원이지만
선원의 그윽함 가득
 
매월 집중 템플스테이와
2박3일 철야용맹정진 통해
간화선 수행문화 확산 주도
조계종 기본선원을 졸업한 뒤 수좌의 길을 걷고 있는 탄종스님은 첫 번째 공식 소임으로 국제선센터 금차선원 선감을 맡았다. 탄종스님〈사진〉은 인연에 따라 잠시 머물 뿐, 금차선원의 주인은 등록 회원이라고 강조했다. “금차선원의 주인은 회원으로 등록한 뒤 매일같이 정진중인 재가불자 회원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은 10년 이상 정진한 구참들이지요. 저는 그 분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외호대중으로서 옆에서 돕는 일을 할 뿐이지요.”
특히 스님은 간화선 등 수행은 공부한 힘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삶을 보다 올바르고 잘 살기 위함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정진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냐가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부의 목적은 분명하지요. 잘 살고, 제대로 살기 위함이지요. 그 방편으로 조계종의 대표 수행법인 간화선을 보다 많은 불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저의 소임이라 생각하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탄종스님은 사중과 협의해 소음을 조금 더 줄이고 다실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정진할 수 있도록 2중창을 통해 소음을 조금 더 줄이고 다실을 만들어 도반들끼리 차를 마시며 법담을 나누며 서로 격려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주지 스님 등 사중과 잘 협의해 수행하는 데 있어 어떠한 걸림도 없도록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다가 인연이 끝나면 또 다시 제방 선원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불교신문2905호/2013년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