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9월 19일 <새터민 합동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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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제선센터 작성일13-09-20 10:17 조회13,599회 댓글0건본문
<"잘 지내시나요" 회한 사무친 새터민들 합동차례>
서울 목동 사찰서 새터민 124명 모여 고향땅 가족 그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하늘나라로 가셨답니다. 딸아이 효도 한번 못 받아보시고…."
새터민 여성 A씨는 북녘에 두고 온 어머니 얘기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9년 전 남쪽 땅에 혈혈단신 건너와 어느덧 마흔 줄을 넘긴 나이.
일자리를 갖고 안정적으로 정착했지만 늘 고향땅 가족만 생각하면 죄책감에 잠을 설쳤다. 어머니 건강은 어떤지, 자신 때문에 가족이 고초를 겪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A씨는 지난 5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은 오랜 그리움, 회한과 뒤섞여 눈물로 쏟아졌다.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사찰에 차려진 합동차례상 앞에는 A씨처럼 망향의 그리움을 안고 사는 새터민 124명이 모였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심지어 생사조차 확인할 길조차 없는 부모님의 안녕을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날이나마 빌기 위해서였다.
명절 당일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새터민들이 함께 차례상을 올린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에는 차례문화가 없는 데다 차례의식을 돕는 봉사단체도 설이나 추석 당일에는 행사 일정을 안 잡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울 양천경찰서 보안과 장선오 경위는 "북한이탈주민은 가족이 없는 데다 명절 당일만 쉬는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이날 차례행사를 하기로 했다"며 "이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양천경찰서 관내에 거주하는 새터민은 1천200여명으로 서울 31개 경찰서 가운데 가장 많다. 새터민 10명 가운데 1명꼴로 참석한 이날 합동차례식은 대한불교 조계종 국제선센터에서 경찰에 제의해 이뤄졌다.
작년 3월부터 새터민을 상대로 무료 템플스테이를 운영해 온 센터 측이 이번에도 모든 비용을 댔다.
양천경찰서 관계자는 "새터민들이 하루빨리 적응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게 우리 의무이자 기쁨"이라며 "종교단체 외에 다른 시민문화단체와도 지속적인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9 08: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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